타고난 조종자 좀비 창조의 역사가 시작된다.

이창성 | 기사입력 2021/11/30 [09:47]

타고난 조종자 좀비 창조의 역사가 시작된다.

이창성 | 입력 : 2021/11/30 [09:47]

(월드시사매거진)기생동물의 삶은 숙주의 행복과

습관에 달려 있어요. 기생동물은 놀라운 속임수에

기대어 진화해 왔어요. 숙주의행동을 바꾸거나

좀비로 만들기도 한답니다. 지구에서 가장 성공적인

기생동물의 모든 것을 알아 봐요.

 

오피오코르디셉스에 감염돼 죽은 개미의 껍데기와

그 안에서 자라난 오피오코르디셉스

 

동충하초 중에는 애벌레나 파리 등에 기생하는 

종이 있어요. 

특히 오피오코르디셉스 속 곰팡이

(Ophiocordyceps camponoti-rufipedis)는 

특이하게 숙주의 행동을 바꿔요. 이 곰팡이는 

열대에 사는 왕개미에 감염돼요. 감염된 개미는 

개미집을 떠나서 땅 가까운 곳에 있는 

잎사귀를 찾아 잎 아래쪽에 자리 잡아요. 

목적을 이룬 곰팡이는 개미의 몸을 뚫고 자라 나오지요. 

얼마 안가 잎 아래쪽에는 개미의 껍데기만 

남는답니다. 그 후 곰팡이의 포자를 만드는

 ‘자실체’는 포자를 뿌려서 다른 개미에 감염되고,

생활사는 반복되지요. 좀비를 만드는 기생생명체는 

대부분 복잡한 조종술을 쓰지 않아요. 

그런데 이 곰팡이는 왜 이렇게 진화했을까요? 

개미들이 위생에 신경 쓰기 때문이에요.

개미들은 죽은 개미를 집 밖으로 치우고 외부에 묻어요. 

미국과 브라질 과학자들은 감염된 개미가 개미집 

안에서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 관찰했어요. 

개미 사체는 즉시 개미집 밖으로 내보내졌답니다. 

반대로 감염된 개미 사체를 버려진 개미집 안에 

넣어 두어도 곰팡이는 자랄 수 없었어요. 

동물학자는 개미집 안은 곰팡이가 자라기에 

적합하지 않은 환경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곰팡이에 감염된 개미의 행동을 관찰하기 시작했어요.

학자들은 기생 곰팡이의 특징을 발견하기까지 

개미를 20개월이나 관찰했어요. 곰팡이는 숙주가 된 

개미를 조종해 원하는 장소로 이동하게 만들었어요. 

죽은 개미들이 있는 잎사귀는 대부분 개미가 

먹이를 모으고 개미집으로 돌아가는 길목에 있었어요. 

즉 곰팡이의 ‘목표’는 개미집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희생자를 감염시킬 확률을 높이는 거랍니다.

 

바퀴벌레를 조종하는 방법

많은 숙주를 목표로 하는 기생충만

조종의 기술을 터득한 게 아니에요. 

생의 대부분을 숙주와 분리되어 사는 포식 기생자도 

훌륭한 조종술을 갖고 있답니다. 아프리카 사반나에는 

독립적인 곤충 한 쌍이 살아요. 말벌의 일종인

‘는쟁이벌’(Ampulex compressa)과 바퀴벌레죠. 

이 관계에서 바퀴벌레의 종은 상관없어서, 

는쟁이벌은 남아시아와 태평양 섬까지 퍼져나갔어요. 

이 지역에는 바퀴벌레가 정말 많거든요.

는쟁이벌은 이 관계에서 명백한 지배자예요. 

날개가 작고 긴 몸체는 에메랄드 초록색이라 

특이하게 보이는 이 말벌은

땅속 작은 구멍에 살아요. 는쟁이벌은 바퀴벌레를 

어디에 쓸까요? 번식하는 데 필요해요. 

과학자들은 바퀴벌레가 잔혹한 먹이가 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답니다.

 

                             바퀴벌레에서 나오는 어린 는쟁이벌

 

는쟁이벌은 매복하고 있다가 바퀴벌레에게 

천천히 다가가요.  그런 뒤 정확하고 날카롭게 

처음에는 목을, 두 번째 공격에서는 뇌를 물어요. 

는쟁이벌은 공격을 받고 의지가 없어진 

바퀴벌레의 더듬이를 잘라낸 뒤 끌고 가요. 

퀴벌레는 순순히 구멍으로 따라가고, 

거기서 벌은 바퀴벌레에 알을 낳지요. 

알에서 깨어난 유충은 살아 있지만 도망치지 않는 

바퀴벌레를 먹어요. 유충은 자라서 아름다운 성체가 되고, 

짝을 찾은 뒤 다시 바퀴벌레를 사냥한답니다.

는쟁이벌이 바퀴벌레를 공격하는 ‘무기’는 

화학물질이에요. 첫 번째 공격은 바퀴벌레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하고, 

두 번째 공격은 바퀴벌레의 뇌에 복잡한 화합물을 

주입하지요.  이 혼합물의 주요 성분은 신경전달물질인 

‘옥토파민’ 저해제예요. 

이스라엘 네게브의 데이비드 벤-구리온대학교 과학자들은 

좀비가 된 바퀴벌레에게 다양한 해독제를 

주입하고 관찰했어요. 

주입한 해독제가 옥토파민 수용기를 다시 활성화하자 

바퀴벌레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어요. 

반면 옥토파민 저해제를 주입하자 정상 바퀴벌레는 

는쟁이벌에게 공격당했을 때처럼 좀비가 됐답니다.

 

이 글은 <OYLA Youth science> vol.10 '타고난 조종자'에서 발췌, 편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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