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차(團茶)는 고려인들이 즐겼던 차로 매우 섬세하고 감미로운 색과 향,
맛을 가진 극품의 차다.
귀족 문화가 발달한 고려 시대는 차 문화의 융성기다.
왕실 귀족층과 관료 문인들의 애호,
사원의 든든한 경제력을 토대로 10세기 이후에는 풍토와 기호에 따른
독자적인 차 문화를 형성했다.
고려 단차(團茶)는 말 그대로 둥글게 쪄서 말린 차를 의미한다.
찻잎을 따서 찐 후 고(膏)라는 엽록소를 짜내면서 찻잎을 갈아낸 다음,
틀에 넣고 둥근 모양을 만들어
건조하는 7단계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차다.
뾰족한 창처럼 생긴 찻잎을 선별하며,
이 중에서도 묵은 잎이나 줄기 등은 별도로 골라낸다.
엄선된 찻잎들은 바로 시루에 넣고 찐다.
산화로 인해 차의 맛과 색이 탁해지는 것을 막기위해 공정은 신속히 진행된다.
시루에 넣고 찔 때도 그냥 찌지 않는다.
대발을 만들고 그 위에 모시나 삼베를 깔고 찻잎을 찐다.
어느 정도 익으면 골고루 익을 수 있도록 섞어주고
차향이 나기 시작하면 꺼내서 찻잎을 식혀준다.
식힌 찻잎은 무거운 돌을 얹혀 ‘고(膏) 짜기’ 과정을 거친다.
찻잎에 있는 탁한 엽록소들을 짜낸다. 고를 짜낸 찻잎은 돌절구에 찧고,
청자 다연에 갈아 가루로 만든다.
가루형태가 된 찻잎은 틀에 넣고 압축해 모양을 내고 이후에는
80℃ 정도로 온도를 유지하여 무쇠가마솥에서
그리고 내부 수분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온돌에서 한번 더 건조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만들어진 고려 단차는 시음하기위해 적지 않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먼저 고형된 단차를 불에 굽는다. 절대 타면 안 되고 약한 불에 오래 여러 번 익혀야 한다.
구운 차는 나무 절구에 넣고 깨고 맷돌에 가는 과정을 거친다.
절구와 맷돌로 갈아낸 차는 비단으로 차 가루를 내는 과정까지 거쳐야
비로소 먹을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차 가루에 뜨거운 물을 붓고 다선(가루차를 물에 풀리도록 젓는 도구)으로
격불(擊拂, 다선을 빠르게 움직여 거품을 내는 것)해 차를 내는 것이
고려인들이 즐겼던 방식이었다.
단차는 찻잎을 뜨거운 물에 우려내 마시는 기존 차와 달리,
가루를 내 물에 타 마시는 형태라 색다르다.
이런 과정은〈동국이상국집〉 등에서 문헌적 근거를 찾을 수 있다.
고려시대 명문장가인 이규보(1168~1241)는 ‘공이로 녹태차를 깨자
시냇가에서 졸던 숫놈 오리가
놀라서 깨네’, ‘돌 쪼아 차 맷돌을 만들어 차 맷돌 돌리랴 어깨가 괴롭다’ 등을
한시를 통해 생활상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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