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족포식의 세계 ①

김경은기자 | 기사입력 2020/07/02 [10:28]

동족포식의 세계 ①

김경은기자 | 입력 : 2020/07/02 [10:28]

 

‘우리가 먹는 것이 곧 자신이다’라는

말은 문자 그대로 사실이에요. 넓은 의미로

생각해 보면 동족 포식은 자기 종족을 먹는 일이죠.

자기와 비슷한 종을 먹는 것을 뜻하기도 하고요.

단세포조차 동족을 잡아먹어요.

 

자기를 먹는 세포

 

음식은 몸의 새 구조물을 만드는 재료이자 

이 과정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의 원천이에요. 

많은 세포는 영양분을 저장하지만, 

저장한 영양분이 다 떨어지기도 해요. 

만약 영양분이 외부에서 공급되지 않으면 세포는 

굶주리게 되지요. 이럴 때 자기 구조물을이용하면 

굶주림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대신 더 이상 쓸 일이 없는 구조물을 사용해야 

할 거예요. 이때 필요한 것이 소화효소가

들어 있는 세포소기관인 리소좀이에요. 

세포가 자신의 소기관과 막을 파괴하는 과정을

‘자가소화’라고 해요. 

‘자기를 먹는다’라는 뜻이지요. 

자가소화는 영양분이 부족할 때도 일어나지만, 

스트레스를 받거나 세포에 오래된 소기관과 

부서진 분자가 많이 쌓였을 때도 일어나요.

이 과정에서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병 

같은 신경계 질병을 막기도 한답니다. 

동족을 잡아먹는 일은 오래되고 약한 세포에만 

일어나지 않아요. 배아에서도 일어나서 

세포 구성과 몸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요. 

유생이나 애벌레 시절을 거치는 생물이 ‘변태’하는 

과정이 대표적인 예이지요. 

올챙이는 개구리가 되고 애벌레는

번데기를 거쳐 나비로 변해요. 

자가소화는 이런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요.

 

 

▲ 호랑나비 애벌레(위)와 성체(아래).

세포의 자가소화는 곤충의 애벌레가 번데기를 거쳐

모습을 완전히 바꾸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진출처 wikipedia)    

 

자가소화는 나쁜 면도 있어요. 건강한 

세포뿐만 아니라 암세포에서도 일어나서, 

암세포는 극단적으로 험난한 환경에서도

'자기자신을 먹고' 살아남아요.

건강한 세포는 제외하고 암세포에서만 

자가소화를 억제할 수 있다면, 

암 치료에 획기적인 돌파구가 될 거예요.
세포를 먹는 세포

동물 세포 사이의 상호작용을 살펴볼까요? 

동물은 세포 속에 핵이 있는 진핵생물이에요.

세포는 돌출부를 만들고 없애면서

형태를 바꿀 수 있어요. 그래서 동물세포는 

움직여서 다른 대상을 잡을 수 있답니다. 

잡은 대상이 고체면 이 과정을 ‘식세포작용’이라고 

하고, 액체면 ‘음세포작용’이라고 해요. 

동물에는 식세포작용을 효율적으로 할수 있는 

특정 유형의 세포가 있어요. 대식세포는 면역계 

포 중 하나예요. 가짜 발인 ‘위족’을 이용해서 

몸속을 돌아다니며 외부 물질을 흡수하지요. 

면역 세포는 낯선 분자가 달렸거나 오래된 

세포에 달아놓는 표식이 있는 세포를 보면 

원래 있던 세포라도 외부물질로 판정해요. 

건강한 세포라도 표식이 달려 있다면 

대식세포의 표적이 되어서 소화될 거예요.

 

▲ 식세포는 위족으로 몸속을 돌아다니며 침입자를 사냥한다.     ©

 

세포 자가소화에는 다양한 유형이 있어요. 

이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엔토시스’예요. 

먹히는 세포가 다른 세포가 자신을 먹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자기를 먹는’ 것과는 달라요. 

일단 다른 세포 속으로 먹혀 들어간 세포는 

얼마 동안 살아 있으면서 세포분열을 하거나 

세포 감옥에서 탈출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엔토시스는 먹힌 세포가 소화효소로 

파괴되는 식세포작용과는 달라요. 

하지만 모든 세포가 운이 좋지는 않아요. 

 

포유류의 태아는 자궁벽에 붙을 때 엔토시스를 

이용하는데, 이 과정에서 자궁벽 상피세포 일부는

자신을 파괴해요. 불행하게도 엔토시스는 

암세포에서도 일어나서 

암세포를 오래 살게 만들지요.

세포 자가소화 원인과 과정은 조직마다 다르지만 

목적은 항상 똑같아요. ‘수명이 다한’ 세포는 

다른 세포의 먹이가 되어요. 대부분 스트레스와 

염증반응으로 약해진 오래된 세포지요. 

몸을 스스로 청소하는 과정은 항상,

지금 이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답니다.

 

 

 

 

 

* 이 글은 <OYLA Youth science> vol.12

'나는 동족을 먹는다' 기사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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